troopie 님이 하드카피월드에 게시한 “파이프 가구 DIY” 시리즈 입니다.


파이프 가구 DIY – 1편. 코너 탁자

파이프로 만든 가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뭔진 모르지만 한번씩은 들어봤을 바우하우스란 곳에서도 파이프로 디자인한 가구가 많이 있었으며, 최근까지 각종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의자의 상당부분이 파이프로 디자인한, 흔히 말하는 인터네셔널 스타일의 디자인 입니다. 하지만 직접 만드는 파이프가구는 그 재질이나 디자인이 기존의 인터네셔널한 디자인과는 상당히 다른 빈티지한 느낌을 줍니다. 최근에 파이프로 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저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 인더스트리얼 디지인이라 검색하면 유사한 작품이 다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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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직접 만들어 본 것이 전무합니다. 가구는 고사하고 생활소품도 만들어 본 적이 없기에 일단 쉬운 것부터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아래 사진 코너에 들어갈 탁자입니다. 리모콘이나 핸드폰, 컵 등을 올려놓고 사용할 만한 간단한 구조의 가구입니다. 10년 전에 산 타워형 선풍기가 자리잡은 위치를 방해하지 않는 코너탁자. DIY가 좋은 점이 이런 것이네요. 내 마음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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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쉽지만은 않네요. 처음 다루는 자재이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돈낭비도 조금 있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초보의 운명이죠. 그래도 의도한대로 만들어져 기쁘네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공유하고 혹시나 관심 있으신 분이 계실까 싶어 저 같은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제 능력껏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설계

다룰 줄 아는 디자인 관련 툴이 없어서 그냥 손으로 그렸습니다.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줄자 하나 사서 길이 재본 후 대충 그렸습니다. 상상한 이미지랑 그려본 이미지랑 많이 다르더군요. 처음엔 정사각형 모양의 ㄴ자 모양을 생각했었는데, 옆에 깔아놓은 대방석의 크기와 조화가 안되는 것 같아 한쪽을 100mm줄여서 전체 크기가 900/800mm가 되는 ㄴ자 모양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구석에 선풍기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서 ㄴ자 모양이 된다는 점만 빼면 그냥 단순한 사각형에 다리만 만든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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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사이즈를 정하고 나니 탁자 높이를 얼마로 해야 할까 고민이 되더군요. 보통 거실에는 소파가 있으니 소파 높이에 따라 정하면 되겠지만 전 대방석을 깔고 드러눕기 좋게 해놓았기에 다과상 높이정도가 적당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또 다이소 줄자를 들고 다과상의 높이를 재 보았습니다. 정확히 250mm네요. 다리에 레듀서랑 사이드 아웃렛 엘보가 결구되니 늘어나는 높이를 감안해서 200mm로 파이프 길이를 정했습니다. 결구 시 늘어나는 길이는 ‘자재’부분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손으로 대충 그린 설계도에 구체적인 파이프 치수를 정하고 연결나사를 하나씩 그리고 머릿속으로 작업과정을 시뮬레이션 해보던 중 갑자기 큰 난관에 빠졌습니다. 나사에 파이프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결구해보니 사각형의 마지막 부분이 연결이 안 되는 겁니다. 한 파이프의 양쪽을 시계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이거 용접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간단한 탁자하나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원. 별 잡생각과 짜증이 동반되어 작업을 한동안 쉬었습니다. 주위에 배관관련 일을 하시는 분도 없고, 인터넷에 검색해도 사각형 구조의 파이프가구는 없더군요. 그래도 설마 이런 간단한 구조를 연결할 나사가 없을리가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뒤져본 결과 ‘드레샤 엘보’라는 연결나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안에 고무바킹과 링이 있어 끼워서 조우는 형식의 나사더군요. 다시 빛이 비쳤습니다. DIY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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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 파이프, 사이드아웃렛 엘보4, 드레샤 엘보2, 레듀서4

제가 코너탁자를 만들면서 사용한 자재입니다. 자재는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전 명인코리아라는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가장 저렴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재를 이미지로 잘 정리해 놓아서 뭐가 뭔지 모르는 저에게 참고가 많이 되는 사이트였습니다.

http://myoung119.com/shop/main/index.php

여기 뿐만 아니라 일반 쇼핑몰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싼 곳 검색해서 구하시면 됩니다. 자재를 구매할 때 유의할 점을 하나 하나 설명하면서 제가 했던 삽질을 토대로 여러분들의 돈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파이프입니다. 파이프에는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전 15A 흑관을 사용했습니다. 백관, 동관, 스텐레스관 등등등 중에서 제일 저렴했거든요. 이것 저것 만들어 보겠다고 20m 주문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m중에서 19.7m가 창고에 기름냄새 풍기며 쳐박혀 있습니다.

DIY 니 나사도 내가 직접 내고 싶다고 생각하여 바인더(파이프를 고정시켜 주는 공구), 다이스(파이프에 숫나사산을 내는 공구), 다이스 핸들(파이프에 다이스를 물려 잡고 돌릴 수 있는 공구)까지 사서 돌려보니 나사가 안나더군요. 내가 초보라 그렇겠지 생각하여 폭염주의보 하에서도 열심히 돌렸습니다. 그래도 안나더군요. 아니 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파이프랑 공구랑 다 합치면 15만원인데. 이대로 둘 수 없다 싶어 파이프 앞 대가리를 그라인더로 갈았습니다. 파이프에 다이스가 물리는 면적을 더 늘릴려구요. 성공하였습니다. 너무 기뻐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을 날렸습죠. 거기까지 였습니다. 파이프 2개에 나사산을 만들었고, 그마저도 하나는 각이 틀어져 연결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후로는 다이스 날이 상했는지 나사산이 잘 안나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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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나사를 내는 것은 포기하고 나사산이 나있는 파이프를 주문하였습니다. 흑관 1m가 2000원 정도라면 나사산 나있는 흑관 1m가 4000원 정도로 배로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각도 안비틀어지고, 특히 인테리어용 나사산은 훨씬 깔끔하게 결구가 가능하기에 전 나사산 나있는 파이프를 주문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주문 해야합니다.^^

다음은 사이드 아웃렛 엘보 입니다. 꺽이는 부분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연결나사가 엘보우입니다. 그리고 엘보에 연결구멍이 하나 더 있어 3방향으로 연결이 가능한 엘보가 사이드 아웃렛 엘보입니다. 꺽이는 각은 90도, 45도가 있는데 다른 각도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엘보에 파이프를 연결하면 1cm정도 겹치며 연결됩니다. 그리고 실제 엘보 크기가 있기 때문에 연결 시 파이프의 길이는 교차하는 파이프의 중심선까지 약 15mm 늘어나고 외경까지 포함하면 약 35mm 늘어납니다. 글로 설명하려니 잘 안되네요. 사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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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샤 엘보는 나사를 돌려 결구하는게 아니라 고무바킹에 끼워 연결하기에 치수조정이 약간 가능합니다. 중심선까지 늘어나는 길이는 15~35mm, 외경까지는 35~50mm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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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듀서는 원래 사이즈가 다른 파이프끼리 연결하는 나사이지만 전 상다리로 사용했습니다. 프렌지란 연결나사도 다리로 사용하기에 좋지만 비싸고 주로 벽에 고정할 때 많이 사용하는 듯 합니다. 제가 사용한 사이즈는 15A/25A입니다. 연결하고나면 길이가 35mm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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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듀셔 35
  • 티,사이드아웃렛티 20/35
  • 엘보,사이드아웃렛엘보 15/35
  • 드레샤 엘보15~30/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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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해본 연결나사의 설계상 늘어나는 길이를 정리한 것입니다. 다른 작업 하시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올려드립니다.

-세척

물건이 배송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세척입니다. 녹방지를 위해서인지 검은 기름이 잔뜩 뭍어 있습니다. 걸레로 닦고 쓰기에는 너무 더럽습니다. 이 기름때를 뭘로 없애야하나 생각하다 주방세제로 닦아 봤습니다. 기름 분해하는데엔 주방세제가 좋더군요. 설거지하듯 부드러운 쑤세미로 세제 한가득 풀어서 2번 닦아줬습니다. 그래도 약간의 기름때가 남더군요. 그래서 마른 걸레로 물기를 흡수하며 닦아줬습니다.

-가조립

자재가 건축용이다보니 사이즈의 오차가 조금 있습니다. 파이프에 나있는 나사도 자동 오스터 기계로 수평 잡아서 나사산을 냈다 해도 각도가 틀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미세한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일단 가조립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코너탁자의 경우 구조가 간단하고 결구되는 파이프의 길이도 짧아서인지 별 문제가 없네요. 굿~

혹시 각이 안맞거나 길이가 안맞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부품으로 바꿔가면서 맞춰보세요. 맞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가조립 할때는 너무 세게 결구시키지 마세요. 풀 때 손 아파요.

-도장

파이프는 쇠로 만들어져 있어서 녹이 잘 납니다. 파이프 세척할 때 물기 말리는 순간 나사 부분에 빨갛게 녹이 나는걸 볼 수 있을 정도로 습기에 약합니다. 그래서 색칠을 해줘야 합니다. 저도 모르는 전문적인 방법이야 많겠지만,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페인트칠로 녹방지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집 근처 페인트 집 가면 투명락카를 1500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집 밖에 신문지나 박스를 깔아주고 파이프를 일렬로 세운 후 뿌려줍니다. 락카 1통이면 가구 1개 정도 칠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립 및 마무리

칠도 다 했겠다 짱짱하게 조립해야죠. 나사를 돌리다가 잘 안돌아간다 싶으면 긴 파이프 하나를 연결해서 지렛대원리를 이용하면 안돌아가던 나사도 꽉 조이면서 들어갑니다. 도저히 안돌아간다 싶으면 테프론을 감아서 조금 덜 돌리도라도 빡빡하게 결구시키면 됩니다.

우리집은 마루라 바닥이 잘 긁힙니다. 바닥에 닿는 나사가 무엇이든 간에 긁힘방지 스티커를 붙여줘야 안전합니다. 다이소에 가면 동그란 스티커가 있는데 레듀서 크기(25a)와 똑같습니다. 다른 닿는 부분이 있으면 잘라 쓰는 것도 있으니 크기에 맞게 붙여줍니다. 이정도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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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만 올리면 코너탁자는 완성되는데 아직 뭐로 할지 결정이 안됐습니다. 처음에는 마끈을 감아서 하려 했으나 너무 약하더군요. 그래서 타공판을 주문하여 잘라 쓸까 하다 주문할 곳이 마땅찮아 포기했죠. 철망도 고려해 봤지만 영~. 아직 고민 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 있음 좀 주세요.

이만 코너탁자 만들기 DIY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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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ie 님이 하드카피월드에 게시한 “파이프 가구 DIY” 시리즈 입니다.